AI 개발 표준의 탄생
2024년 11월, 앤스로픽(Anthropic)이 조용히 공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또 하나의 스펙이 등장했구나 하며 대부분의 개발자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것이 바로 MCP(Model Context Protocol)입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MCP는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사실상 공용어가 되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가 줄지어 지원을 발표했고, 리눅스 재단 산하에 전용 재단까지 설립되었습니다. 경쟁사들이 손을 잡고 하나의 표준을 밀어주는 광경은 IT 역사에서도 흔치 않은 일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을까요?
MCP란 무엇인가: AI를 위한 USB-C
과거에는 AI에게 우리 회사의 데이터를 보여주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챗GPT에게 보여주려면 챗GPT용 연결 통로를 만들어야 했고, 제미나이에게 보여주려면 또 제미나이 전용 통로를 새로 공사해야 했습니다. 연결해야 할 AI 종류가 5개고 데이터 저장소가 10개라면, 무려 50번의 공사를 해야 했던 셈입니다.
MCP는 이 복잡한 연동과 개발 과정을 한 방에 해결합니다. 마치 USB-C 포트 하나로 충전부터 데이터 전송까지 다 해결하듯이, AI와 시스템이 소통하는 규칙을 하나로 통일한 것입니다. 이제 개발자는 표준 규격에 맞춰 기능을 딱 한 번만 구현해두면 됩니다. 그러면 어떤 AI를 가져다 꽂아도 우리 시스템의 데이터를 읽고 기능을 자유자재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1년간의 성장
MCP의 탄생 배경은 의외로 실용적인 불편함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앤스로픽의 개발자가 클로드 데스크톱과 자신의 IDE 사이에서 코드를 계속 복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하려 만든 도구가 업계 표준의 씨앗이 된 것입니다.
2025년 들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며 AI 코딩 도구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 코드의 상당 부분이 AI에 의해 생성되는 환경에서, AI가 실제 프로젝트 컨텍스트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화된 방법이 절실해졌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25년 3월 오픈AI의 합류였습니다. 샘 알트먼이 직접 MCP 지지를 선언하며 자사 제품군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하자 MCP의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습니다. 이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차례로 가세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11 자체에 MCP를 수용하며 에이전틱 AI 시대를 공식화했습니다.
2025년 12월, 앤스로픽은 MCP를 리눅스 재단 산하의 에이전틱 AI 재단(AAIF)에 기증했습니다. 이는 MCP가 특정 기업의 독점 기술이 아닌, 업계 공통의 인프라로 완전히 자리잡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왜 MCP일까?
적절한 타이밍: AI 에이전트의 실용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점에 등장하여 표준화에 대한 수요를 만족
낮은 진입 장벽: 몇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MCP 서버를 구축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직관적
벤더 중립성: 앤스로픽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픈소스화 및 재단 기증을 택하면서 경쟁사들이 거부감 없이 채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
성장의 이면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 MCP의 빠른 확산은 보안 문제를 수반했습니다. 초기에는 인증 체계가 부재한 상태로 인터넷에 노출된 서버들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025년 중반, 모 에이전트가 실수로 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는 등의 사건은 적절한 권한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습니다.
현재는 OAuth 2.0 기반의 인증과 최소 권한 원칙이 명세에 반영되어 있으며,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용 방화벽 기술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에이전트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줄 것인지에 대한 세밀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연결의 시대
1년 전만 해도 MCP는 단순한 편의 기능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그것은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 배관이 되었습니다. 이제 모델의 지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지능이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느냐 하는 점입니다.
가장 똑똑한 AI도 고립되어 있다면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MCP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공용어가 되었습니다. 개발자들이 더 이상 복잡한 배관 공사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AI를 통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